-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9월 수상자…하헌필 박사 선정 -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하헌필 박사를‘이달의 과학기술자상’9월 수상자로 선정했다.
하헌필 박사는 질소산화물을 낮은 온도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질소산화물은 발전소 소각로, 자동차, 선박 등에서 연료를 연소시킬 때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공기오염물질로서 미세먼지를 만드는 숙주 역할을 하며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켜 인체에 해를 끼친다.


지금까지는 배연가스의 질소산화물 처리를 위해 주로 약 300℃ 이상의 고온에서만 작동하는 촉매가 사용됐기 때문에, 가스의 온도를 높이기 위한 에너지 비용 발생과 처리시설 설치 장소 확보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배연가스는 연료와 공기의 연소 후 각종 공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가스다.


기존의 촉매가 저온에서 사용되는 경우, 연료에 포함된 황 성분이 산화해 형성되는 황화 암모니아 염이 촉매를 급격하게 손상시키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선박엔진 등의 연소기관 효율이 높아지면서 배출되는 배연가스의 온도가 내려가는 추세에 있어 저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촉매 개발이 시급했다. 연소기관 효율이 높아지면 연료의 에너지가 최대한 많이 소모되는 것이기 때문에 배출되는 가스의 열에너지(온도)는 낮아진다.
하헌필 박사는 양자화학적 계산기법을 활용해 220℃ 정도의 저온에서도 효율이 90%이상으로 높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촉매물질을 개발했다.


양자화학적 계산기법은 양자역학의 여러 원리를 화학에 적용해 원자와 전자의 움직임부터 분자구조와 물성 또는 화학 반응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계산기법이다.
또 재료표면을 특수처리(황화처리)함으로써 황에 의한 손상을 막아 촉매의 내구성을 강화하고 저온영역에서도 장시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황화처리는 촉매의 표면에 나노크기의 황 화합물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표면에서 높은 반응효율을 일으켜 손상물질 형성을 최소화시키고 손상물질이 붙는 것도 막아준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적으로 환경촉매분야 최고 권위지인 어플라이드 카탈리시스 B : 환경(Applied Catalysis B : Environmental) 3편 등 다수 저널에 게재됐고 미국, 유럽 등 4개국에 특허를 출원·등록했으며, 현재는 대영씨엔이에 기술이전되어 포스코 시설 (광양소결로)에서 2년 간 정상 가동 중에 있다.


하헌필 박사는“부단히 노력한 결과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값비싼 외국산 질소산화물 처리 촉매를 대체할만한 질 좋고 저렴한 국산 촉매를 개발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연구실 졸업생과 재학생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환경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핵심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소
감을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은 과학기술 마인드 확산과 과학기술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1997년부터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과 상금을 수여하고 있다.

2015년 9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연구개발 이야기


촉매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때에 동료 연구원과‘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환경촉매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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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헌필 박사의 저온 탈질촉매


비록 촉매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촉매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촉매 표면에서 일어나는 전자의 이동인 산화환원반응을 조절하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착안을 시발점으로 연구에 착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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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철소 소결로 탈질시스템에서 KIST 촉매를 장착하는 모습

지금까지의 촉매개발 방법을 살펴보면, 촉매재료를 설계할 때 연구자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추론해 최적의 원소를 찾아내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하헌필 박사는 이러한 방식의 재료 설계가 실험 횟수나 시간에 많은 제약이 있어 개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촉매 반응을 충분히 이해하고 모델링 한다면 계산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 실험으로 유망한 재료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양자화학적인 계산과학기법으로 재료를 설계했다.


이렇게 찾아낸 두 개의 후보물질 중 실험에 의해 최종후보를 도출해 새로운 촉매물질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개발된 촉매는 저온상태에서도 우수한 효율과 내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촉매 개발을 위해 한 번에 4g 정도의 샘플을 만들었으나, 실제로는 10톤 이상의 촉매를 만들어야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경제적 효용성을 갖는다.
연구실 수준의 기술을 산업화로 끌어올리기까지 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었다. 일례로 실험실에서 활용하던 염소 성분이 들어있는 전구체는 대량생산 시 염소가스의 냄새와 부식성 문제로 다른 적합한 전구체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남동공단에 소재한 전구체 생산회사를 설득해 새로운 전구체 개발에 성공했다.


한편 전구체는 물질의 반응이 일어나기 이전의 원료 물질이다.
개발된 촉매를 실제로 검증해 사용하기까지, 기존 촉매를 사용하는 기업들을 부단히 설득해야 했다. 촉매를 대체했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촉매를 적용할 현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실험해 문제가 없다는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는 등 많은 소통이 필요했다.


앞으로 개발된 연구들을 더욱 확장시킨다면 미래형 자동차와 같이 새로운 산업영역에 필요한 기술을 창출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5년 9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자 미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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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의
하헌필 박사


“질소산화물은 제철소나 선박엔진의 연료 연소과정에서 배출돼 산성비와 온실가스를 만들고 인체 호흡기 질환과 천식을 유발하는 공해물질입니다.

과거에는 이에 대한 규제가 없었지만 국제해사기구(IMO) 등이 2016년 관련 규제 시행을 예고하는 등 규제가 엄격해지고 가스 처리환경이 까다로워져 질소 산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세계 각국의 관심이 높아졌지요.”


“깊이 있는 학문적 성과를 거둔 분들께 수여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이 제게도 돌아온 것은 연구 성과의 상용화 노력을 인정해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에게 기대하는 시각차도 느끼게 됩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연구자들이 시장의 흐름과 필요를 파악해 산업화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때라고 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일하는 만큼, 가능하다면 제 시간과 노력이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제 원래 전공이 열전재료인데, 옥스퍼드 유학 직후 환경촉매 재료로 바뀌었습니다. 오랜 시간 집중했던 연구 주제를 바꾸는 결정에는 당시 지도 교수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는데, ‘전공의 장벽에 얽매이지 마라,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 하고 도전해 봐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제가 전해드릴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가 더 넓은 과학의 세계로 자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요즘은 특히 학문영역의 벽이 무너지고 다양한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자신에게 낯선 영역이라도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실마리를 헤쳐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과감하게 여러 연구 분야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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